드디어 마지막 날.사실 저도 전날인 23일에 가기로 했었는데, 해변이 너무 좋아서 못 가고 눌러앉았습니다.지인이 비행기 취소 수수료를 내주겠다며 가지 말라고 해서 못 이기는 척 남았던 이유도 있습니다. 절대 혼자 눌러앉은 건 아니라는 사실.
곽지 해변 산책 ▶ 꽃밥
어제 먹은 밥이 너무 맛있어서 연속으로 이틀 같은 밥을 먹으러 향합니다.
오늘은 둘 다 정식을 시켜먹었습니다.
역시나 맛있는 밥. 사장님이 기억하시더군요. 어제 오셨던 분들 아니냐면서 한 명은 어딜 갔는지 물어보셔서 시끄러워서 먼저 보냈습니다, 하고 밥을 먹었습니다.
내일도 또 오고 싶었지만 저는 돌아가므로 오늘 실컷 먹기로 합니다.
▼두 번 먹을 정도로 맛있는 집
꽃밥 ▶ 곽지 해변
어제처럼 배 터지게 밥을 먹고 느릿느릿 걸어서 해변으로 향합니다.
과일을 못 먹어서인가 피곤한 것 같아 근처 카페에서 과일주스를 사서 해변에 앉았습니다.
생각보다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어서 찬 음료 먹을 용기가 나지 않지만 기왕 카페에서 나왔으므로 들어가지 않고 버티기로 합니다.
지인은 이곳에서 장기 숙박 중이라 밀린 빨래를 한다며 잠시 빨래방으로 향하고 혼자 바닷가에 앉습니다.
제주에 와서 혼자 앉아있는 게 첫날 처음이었고 마지막 날 마지막이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어폰으로 모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바다를 보며 멍 때리고 있자니 근심 걱정이 파도에 밀려 도망가는 듯합니다.
잠시 현실에서 붕 떠 바다 위를 날아다니고 있을 즈음 지인이 돌아와 현실로 잡아 앉혀줍니다.
곧 돌아가야 하는 현실로 말입니다.
가기 싫다며 징징거리며 공항으로 향합니다.
항상 잊어버리고 안 하던 생채 등록을 하고 처음으로 다른 게이트로 들어갑니다.
혼자 두고 가지 말라며 제 가방을 들고 도망가던 지인은 금방 잡혀서 가방을 빼앗기고 삐진 표정으로 게이트 밖에서 배웅을 합니다.
가기 싫은 발을 억지로 돌려 비행기로 향합니다.
서울로 돌아오니 이미 노을이 지는 중입니다.
제주도에서 3일 동안 못 본 일몰을 공항에서 보게 될 줄이야.
지인도 바다에서 일몰을 봤다며 사진을 보내옵니다.
어쩌면 제주도가 저를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다음에는 한달살이를 하러 가겠다며 굳게 다짐하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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