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

[활자잡식성/N] 마리나 - 마리나 네이멧 (2010.08.24)

Jyevi 2021. 7. 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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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나] 마리나 네이멧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549497

 

춥고 어두운 새벽의 대기 속으로 스위스 항공사 여객기가 이륙했다. 곧 국경을 넘었다. 
탑승한 여성들 대부분이 히잡을 벗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을 달래주는 듯한 엔진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혹시 천국에도 분실물 보관소가 있을까? 나는 이란에 너무 많은 것을 두고 왔다.
하나는 할머니의 작은 보석상자였다. 할머니는 구 안에 설탕을 넣어두어 항상 부엌 탁자에 두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선물한 황금색 보석상자.
할머니는 차에 설탕을 넣을 때마다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을 추억했으리라.
아라시의 플루트, 그가 사놓고도 결국 내게 전해주지 못한 목걸이. 그리고 내 첫 결혼반지.
하지만 이 모든것은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이끼가 잔뜩 낀 기도 바위 돌멩이 아래에서 그 모두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천사가 사는 숲의 기도 바위 아래에서...


                              


 

책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마리나는 작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본인의 실화를 기록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슬람 독재체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한 그녀의 힘든 인생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고작 사춘기 소녀였던 마리나는 이슬람 혁명 이후 학교의 정치색을 반대해 학교 수업을 거부했는데 그 덕에 그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체포됩니다.

사춘기 어린 소녀를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 것도 모자라 그들은 그녀를 정치범으로 몰아 고문과 채찍질을 가합니다.

16살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자 점점 희망과 용기를 잃어갑니다.그러다 자신에게 청혼한 한 사람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한 줄 평은?  이슬람정권과 여성차별적 사회의 분위기에 대항하는 10대 소녀의 좌절과 극복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점점 더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그들을 처벌하지만 터무니없게 적은 형량.빈익빈 부익부가 강해지고 있는 사회의 흐름.사기와 배신, 질투가 난무하는 사회분위기.아마 우리가 구성원으로 있기 때문에 더 잘 보이기도 합니다.다른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여건만 되면 이런 나라 탈출해버리고 말겠다 라는 말도 왕왕 들려옵니다.

 

저는 우리가 이 주인공보다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으니 위안을 삼자는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개인적으로, 남의 불행하고 힘든 상황을 보고 위안삼아 나는 쟤보다 낫지, 라는 마음을 갖는 것은 건강한 극복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우리가 항상 우리보다 못난 사람을 보고 희망을 찾을 순 없습니다.항상 우리보다 잘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소설은 엄청나게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다거나, 다른 전쟁을 겪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참혹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각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참혹하니 서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약자의 인권이나, 아직 휴전 중인 우리나라 상황의 경각심을 깨우기 위함이 아니라, 마리나라는 개인의 인생이 들여다볼수록 우리에게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여타 픽션 소설처럼 무조건 모든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용기를 내서 정의라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지만 상상조차 힘든 일들을 겪기도 하고, 그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다가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목숨마저 버리고 싶어 할 만큼 절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결국 살아남아 이 소설을 내고 맙니다.

 

 

우리도 힘든 일을 겪습니다.

주인공이 겪는 것에 비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고통이 다른 사람의 고통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이라거나 비공감적인 성향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은, 생명은 모두 그렇습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의 고통을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입니다.

나도 좌절할 수 있습니다. 포기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오면 당연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잠시 주저앉았더라도, 다시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 주인공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나의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소위, 우는소리를 내는 것이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나의 고통은 다른 사람의 고통만큼이나 나에게는 힘들며, 이 고통을 충분히 소화하고 이겨낸 다음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살아가니, 나도 힘을 내야지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다시 일어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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