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혀] 권정현 나는 머리맡에서 비린내를 풍기는 통나무 도마를 발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그것을 버리고 왔어야 했다. 피로 얼룩진 눈앞의 저 낡은 도마를. 수 많은 영혼들이 칼날에 베여 안감힘을 쓰며 제 죽음을 밀어내던 저 분노의 순간들을. 대륙으로 폭풍처럼 짓쳐들어오는 제국주의자들의 총검과 피바람, 죽어가는 자들의 한숨이 압착된 저 도마를 말이다. 나는 도마 위에 엎드려 처분을 기다리다 누군가의 혀를 만족시킬 재료들이나 다름없다. 내가 과연 저 날카로운 광풍의 칼날을 비껴갈 수 있을까? 혼불문학상을 받은 소설 칼과 혀.일본의 항복이 코앞에 남은 시기를 배경으로 둔 소설입니다. 시작은 마치 요리소설인것 처럼 하지만 결국 요리 라는 매개체로 수없이 얽히고 부딪히는 인물들의 치열하고도 처참한 인생을..